풍정(風情)
1997년/220x220x380(mm)
바람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같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힘든 등산 뒤에 맞는 산바람도 있으며, 거칠게 몰아치는 비바람이 있는가 하면 잔잔하게 불어오는 미풍도 있다.
작가는 어떠한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몸통에 비해 과하게 불룩한 형태를 지닌 상단은 작품 전체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는 자신만만하면서도 위태로운 인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바닥, 몸체, 뚜껑에 단단히 조여진 초록색 끈이 작품 전체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는 불안함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닌, 오히려 불안정하고 위태롭기에 앞으로 나아가고자 시도하는 인간의 모습처럼 보인다. 이처럼 작품 곳곳에 둘리고, 또 어떤 곳은 투박하고 거친 왕골이 꼬아진 상태로 둘러싸여 있어 영원히 풀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는 마치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이겨낼 수 있도록 나의 삶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