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仙舞) I
1979년/110x110x320(mm)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것을 흔히 신선놀음이라고 부른다. 신선은 불로불사로 영원히 늙지 않고 살면서,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닐 수도 있다. 어지러운 세상사에서 벗어나 복사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무릉도원에서 삼천 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복숭아를 먹는다. 거문고를 뜯으니 하늘에는 오색구름이 뜨고 그 속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더욱 흥이 오른 신선은 욕심 없는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춘다. 신선 선, 춤출 무(舞) 자의 이름을 가진 본 작품은 신선이 춤을 추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기에 그는 완초의 변형을 기반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창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완초로 짜여진 윗부분은 다시 아래로 엮어가면서 내려가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세계 최초로 완초의 조형미를 입체물에 적용하여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완초를 꼬아 만든 줄은 상단에서 뻗어 나오고 축 늘어진 줄들은 중간부터 주황색과 갈색으로 염색이 되어있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내려오는 완초의 줄기는 신선이 추는 화려한 율동 혹은 움직이는 잔영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엔 세월이 지나 빛바래고 메마른 머리로 감싼 신선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칠고 메마른 완초는 작가의 섬세한 손을 거쳐 신선의 애환 깊은 춤사위로 완벽하게 융화되었다는 것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