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生動)
1983년/810×1130(mm)
작가의 새로운 염색방법은 자신만의 염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만의 독창적인 염료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알코올 기반의 염료를 만들었고, 이를 작품에 테스트하였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자신만의 염료를 만들어 놓았으니 본인의 컨셉과 맞는 작품이라면, 바로 이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법상으로는 본견직을 사용하였으며, 파라핀(paraffin), 카티온(cation)염료를 사용하여 패턴을 묘염한 후 납에 알코올 염료(작가의 개발품)를 혼합하여 묘화한 후 후처리 가공 공정을 거쳐 완성하였다.
새로운 염료의 개발을 위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으로 어두운 절망 속에서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물의 생동감을 표현하였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고, 갈증을 뚫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메타포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물은 단단한 땅도 뚫고 지나갈 만큼 강하다. 부드럽고 연약한 듯하지만, 작은 물줄기가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 물의 흐름이나 뻗어 나아가는 형상은 마치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하다. 힘찬 생동의 물줄기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며 암흑의 땅속 깊은 곳까지 그 생명력을 전달하고 곧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작가의 염원을 표현한 것이다.
앞서 작가가 만든 새로운 알코올 염료를 실험하기 위해 컨셉과 맞는 이미지로 표현된 것이다. 이런 시도는 작가의 작품 여러 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