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개(寶愷)
1981년/230x110x150(mm)
쭈그러진 형태를 가진 이 작품은 마치 할머니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마주하였을 때, 부러지는 사람이 있고 휘어지는 사람이 있다. 세상의 풍파를 겪어 웬만한 일에는 부러지지 않고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오래된 연륜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 그것이다.
작가는 찌그러지고 울퉁불퉁한 그릇에 따뜻한 색상으로 무늬를 넣고 보배 보, 편안할 개 자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릇’이라는 이름을 붙여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인생에서의 한 면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뚜껑과 그릇이 맞물린 곳에 갈색과 황토색 띠가 둘러져 있고, 뚜껑에는 공기가 빠져나갈 틈이 정렬 되어 있다. 뜨거운 음식이 많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적절한 김 배출과 온도 유지를 해주는 생활 용기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수편조(엮기) 꽃삼합 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엮기의 제작방법을 사용하였다.
작가는 흔한 형태의 틀을 탈피하여 새로운 형상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조하여 보는 이에게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시각과 보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불러 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왕골이라는 재료가 지닌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이 잘 나타난 공예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