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脈)
1995년/210x220x220(mm)
이 작품은 작품을 디자인한 작가의 가치관에 의해 생각해 낸 입체적 조형의 우주관을 주관으로 한 예술적 창작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맥이라고 하면 길게 이어진 길을 연상하게 되는데, 작가는 위엄있고 핵심적인 형태로 맥을 형상화하였다.
양쪽에는 빨간색으로 염색이 된 손잡이가 있고, 굽이 높고 뚜껑이 있는 제기와 유사한 형상이다. 작품이란 작가에 의해 창작되었지만, 작품을 감상하고 생각하는 것은 작가로부터 이탈한 후 감상자의 가치관에 의해 재구성되어 감상자 개인의 생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품이 감상자의 가치관에 맞게 재구성되지 못하고 이탈된 작품은 제품에 불과하다. 가령 서산에 해가 넘어가는 것을 그린 작가는 서산에 걸친 해의 아름다움을 그림의 방식으로 표현하였지만, 감상자는 넘어가는 해를 보고 사라진다는 감상 속에서 슬프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전시될 때, 작가의 의도는 희석되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작품의 해석은 감상자의 몫도 된다. 따라서 예술가의 창작 작품은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감상자의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