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高遠)Ⅰ
1993년/740×1100(mm)
산천초목을 사랑한 작가는 산을 정말로 좋아한 작가이다. 어릴 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서 태어난 그의 주변 모든 환경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냇물이 흐리고, 산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높디높은 산을 향한 동경은 항상 마음속에 존재하였다. 서울로 이사를 오고 노년을 북악산,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평창동에서 기거하면서 작품을 창작하였고, 심지어 그의 위대한 걸작품인 상원미술관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위치한 것을 보면 그는 정말로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였다.
작품의 컨셉은 산은 무슨 의미일까? ‘고원’은 멀고 높은 것, 즉 고상하고 원대한 것을 표현할려고 하였다. 이 작품은 산이라는 자연물로서 부드러움이 주는 느낌보다는 채석장과 같은 곳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형상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예리한 선, 날카롭고 예리한 몸매의 군집을 조형적 대상으로 삼아 구성하였고, 따뜻한 색감을 통해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즉, 차고 날카로운 선과 형이지만 따뜻하고 늠름한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날카로운 형상의 군집은 각각이 다른 모습으로 연속적인 산맥을 이루면서 굽이지는 깊고 높은 산맥 자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산이 주는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는 것으로 산맥이 주는 계절별 변화와 느낌을 작가 주관에서 다양하게 표출한 작품이다.
파라핀을 이용한 불규칙한 균열(크랙)들의 표현은 산과 고원이 주는 숨결을 나타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