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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예술 활동이란 형식적으로 말해서 ‘무엇을’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어떻게”를 ‘재료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로 한정한다면, ‘자연’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주로 ‘자연’의 재료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상원 남상교의 예술 공예 창작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앞서 그의 왕골공예 작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자연으로부터 자주 위로를 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유독 자연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은 그에게 어머니의 품 같은 넉넉함, 어머니의 얼굴 표정 같은 온화함, 그리고 어머니의 손길 같은 섬세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존재였던 것이다. 아무튼 자연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과 애착은 미적 표현의 대상과 함께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에 꽂힌다.
‘양질의 재료에서 우수한 공예가 나오고, 재료의 개선이 새로운 공예를 낳는다.’는 상원 남상교의 소신은 그의 한지공예 작품 활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지공예를 포함한 민속공예의 발전적 계승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단 민속공예의 전승 및 보존과 관련된 현황 파악을 위해서 197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날 전라남도 장성군 상오마을을 방문하였는데, 여기서 그는 우연히 한 할아버지가 한지를 만드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한지공예의 기본 재료가 한지이니 만큼 평소 한지공예를 해 보고 싶었던 그로서는 닥나무 껍질로부터 한지가 만들어지는 그 일련의 제작 공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시 왕골공예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그였기에 상원은 왕골과 비교하며 한지 제작 공정을 주의깊게 관찰하였다.
한지공예 작품의 기본 재료인 한지가 제작 공정에서 보듯이 닥나무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왕골공예 작품의 기본재는 말하자면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완피, 완심, 완옆으로 구성된 왕골 자체이다.다시 말하면 원재료 왕골이 이 3가지 부분으로 나뉘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지든, 왕골이든, 그것들은 직간접적으로 자연 유래 재료이며, 그것도 도자공예의 재료인 흙이나 금속공예의 재료인 금속과 다르게 무생물이 아닌 생물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재료라는 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민속공예 가운데서도 특별히 한지 공예와 왕골공예에 매료된 것이 나름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원 남상교는 한지라는 재료를 다각도로 연구하며, 그것에 자신의 주특기인 염색도 해 보고, 기존 한지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변형해 보기도 하며, 한지 공예품의 보존과 관련된 현대적 방법의 강구 등 매우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였다. 그리고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발전적 계승이었기 때문에 그는 전통적 한지공예와 어울리는 현대적 고안 등 제작 방법에도 열중하였다. 한지 스크린 기법을 개발하여 적용해 보기도 하고, 지승공예처럼 종이를 비비거나 꼬아서 노엮기로 엮어 만들어 보기도 하며, 종이를 잘게 찢어서 물에 불려 찹쌀풀과 섞어 반죽한 지호공예 기법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십장생과 연꽃과 같은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움과 화목, 그리고 무병장수의 염원을 담은 현대적 도안을 연구 개발하기도 하였다. 재료로는 주로 백골후지, 염색한지, 호묘염한지, 날염한지, 나미호료, 임유, 석유가 사용되었다.
제작 공정으로는 두꺼운 종이를 겹으로 합쳐서 만들어진 함 표면에 색지를 부착시켜 백골을 완성한 후 회화기법을 이용하여 장식하였다. 후처리 가공은 임유 가공으로 전승 기법을 통해 표면 처리를 하였는데, 한지에 기름을 먹인 유지 공예품은 대를 물려도 상하지 않을 만큼 견고할 뿐 아니라 내수성과 내구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매우 가벼워서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또 벌레의 피해도 방지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한지의 영속성을 위해서 은나노 용액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한지 공예품에 나노용액을 침투시키는 실험을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상원 남상교의 도전과 개척의 역사는 한지공예의 영역에서도 쉬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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